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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경제이야기36 : 명절 선물세트의 가격 책정 비밀 — 번들링 전략 분석
명절 선물세트, 왜 항상 ‘묶음’일까
명절이 다가오면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는 수많은 선물세트가 등장합니다. 갈비 세트, 참치와 햄 세트, 건강식품 세트 등 거의 대부분이 개별 제품이 아닌 여러 상품을 한데 묶은 형태, 즉 '번들링(bundle)'으로 판매됩니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 차원을 넘어선 전략적 가격 책정 방식입니다. 하버드대 경제학자인 박시 칸은 번들링 전략이 소비자 이질성(heterogeneity)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며,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번들링 전략의 기본 원리
번들링은 서로 다른 소비자의 ‘선호 차이’를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A 소비자는 햄은 좋아하지만 참치를 선호하지 않고, B 소비자는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기업이 두 상품을 각각 판매하면, A와 B 중 어느 한쪽은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상품을 묶어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면, 양쪽 모두를 타깃으로 한 매출 확대가 가능해집니다. 이는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의 일종으로, 경제학자 조지 스티글러는 이를 “정보가 제한된 시장에서 소비자 잉여를 흡수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급 세트는 왜 과도하게 비쌀까
명절 선물세트 중에서도 고급 라인의 가격은 종종 실제 구성품보다 훨씬 높게 책정됩니다. 이는 단순한 재료 원가보다 소비자의 인식과 사회적 가치에 의존한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의 결과입니다. ‘10만원 상당의 한우 세트’라는 문구는 단순한 고기보다 훨씬 더 강한 심리적 가치를 유발합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소비자의 선택은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 맥락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고가 선물세트는 가격 자체보다 ‘체면과 이미지’의 신호로 작용합니다.
구성품의 차이는 실제보다 커 보인다
또한, 선물세트는 작은 구성 차이를 ‘큰 가치 차이’로 느끼게 만드는 전략도 사용됩니다. 6캔짜리 참치세트에 비해 8캔짜리 세트는 단순히 2개 더 많을 뿐이지만, 포장과 가격 차이로 인해 ‘급이 다른 제품’으로 인식됩니다. 이는 '지각된 가치(perceived value)'를 조정하는 대표적 예시로, MIT의 경제학 실험에 따르면 포장 디자인, 상품 배열만으로도 소비자의 지불의사가 평균 20%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소비자는 왜 이 전략에 반응할까
소비자 역시 이 구조를 무의식 중에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절이라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보다 ‘사회적 기대 충족’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규범(social norm)과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의 결합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은 상품을 ‘팔기 위해’ 묶지만, 소비자는 ‘사기 쉽게’ 묶인 것을 선택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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