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경제이야기6 : 게임이론으로 이해하는 ‘노쇼(No-show)’ 이야기

일상 속 경제이야기6 : 게임이론으로 이해하는 ‘노쇼(No-show)’ 이야기

 

 

출처 : Unsplash 의 Jordan Arnold

 

 

노쇼는 단순한 ‘예의 부족’일까?

식당, 병원, 콘서트 등 예약 문화가 정착된 사회에서 노쇼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노쇼란 예약한 사람이 별도의 통보 없이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행위를 말하며,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재정적 손실과 운영 혼란을 초래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단순히 ‘매너 없는 행동’으로 치부되기 쉬운 노쇼는, 사실 합리적인 경제적 판단과 전략적 사고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게임이론(Game Theory)은 이러한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게임이론은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최적의 전략을 선택하는 학문입니다. 예약 시스템도 결국 소비자와 공급자가 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게임의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여러 선택지를 두고 가장 유리한 행동을 고민하고, 공급자는 수익을 보장받기 위한 전략을 설정하게 됩니다.

 

 

예약의 ‘비용 구조’가 문제를 만든다

게임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노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손해가 없는 구조’에서 발생합니다. 즉, 예약비가 없거나  아주 적을 경우, 고객은 다양한 장소에 중복 예약을 걸어두고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방문하는 전략을 취하게 됩니다.

예컨대 MIT의 경제학자 Glenn Ellison은 2010년 논문에서, 의료 예약 시스템에서의 노쇼 비율이 20%에 달하며, 예약 취소 비용이 낮을수록 이 비율이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서비스 공급자가 고객의 전략적 행동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며, 노쇼는 시스템의 허점으로부터 합리적으로 발생하는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소비자가 직면한 선택은 단순한 “예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유인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었는가에 의해 좌우됩니다.

 

 

‘죄수의 딜레마’와 노쇼의 전략적 비합리성

노쇼를 게임이론의 대표 사례인 ‘죄수의 딜레마’와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예약을 책임감 있게 이행한다면 사회 전체의 효율은 극대화됩니다. 그러나 개인은 "어차피 다른 사람이 지킬 테니 나는 내 이익을 우선시하자"는 유혹에 빠져 노쇼를 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서비스 제공자는 과잉 예약(overbooking)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진짜 고객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 구조는 결국 신뢰 부족과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된 ‘전략적 비합리성’을 낳습니다. 행동경제학자 Dan Ariely는 저서에서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행동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로 인해 모두가 손해 보는 상황이 반복되는 ‘사회적 손실’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충동구매를 피하기 위한 소비자 전략

노쇼 문제를 해결하려면, 예약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예약금(보증금) 제도 도입입니다. 이는 고객이 예약에 대해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실제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예약당 소액의 보증금을 요구한 뒤, 노쇼 비율을 18%에서 6%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일부 고급 식당이나 항공사는 노쇼 고객의 데이터를 축적하여, 향후 예약 제한 등의 신용 기반 제재를 가하는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이 역시 게임이론의 반복 게임 구조에서 나타나는 ‘평판 효과(reputation effect)’를 활용한 예입니다. 고객은 자신이 한 번의 행동이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며, 이로 인해 책임 있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