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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경제이야기8 : 온라인 쇼핑은 진짜 효율적인가?



온라인 쇼핑의 확산, 편리함이 효율을 뜻하는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콕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온라인 쇼핑은 생활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온라인 쇼핑, 겉보기에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인 소비 방식처럼 보입니다. 클릭 몇 번으로 가격 비교부터 결제, 배송까지 모두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효율적인 소비’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서, 주어진 예산과 자원 내에서 최대의 만족을 얻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온라인 쇼핑은 사용자의 의사결정 과정을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때로는 충동 구매나 과소비를 유도하여 오히려 효용 극대화를 방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 추천이 소비자의 계획 소비를 방해하며, 구매 후 만족도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일상 속 경제이야기8 : 온라인 쇼핑은 진짜 효율적인가?
출처 : Unsplash 의 Microsoft Edge

배송의 편리 이면에 숨은 비효율과 외부 비용

‘새벽배송’, ‘당일배송’과 같은 고속 물류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극대화된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의 비용과 환경적 외부비용도 증가시킵니다. 예를 들어, 쿠팡, 마켓컬리 등 대표적인 유통업체들은 배송 효율화를 위해 막대한 물류비와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제품 가격의 상승, 혹은 노동 강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효과(externality)’ 개념에 따라, 빠른 배송 시스템은 탄소 배출, 포장 폐기물, 교통 혼잡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합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환경경제학자 Michael Anderson의 연구에 따르면, “라스트 마일 배송(last-mile delivery)의 탄소 발자국은 전통적 대량 유통보다 2~3배 높으며,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 또는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비자 개인의 효율이 전체 사회의 효율로 전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온라인 쇼핑은 전통 오프라인보다 덜 지속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정보 과잉, 선택 비용의 증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는 제한된 선택지를 갖고 결정하지만, 온라인 쇼핑 환경은 수천 가지 제품, 수많은 리뷰와 비교 정보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겉보기엔 ‘선택의 자유’가 넓어진 것 같지만, 심리학자 Barry Schwartz가 지적한 바와 같이 선택지가 과도할수록 오히려 결정이 어려워지고 만족감은 감소합니다. 이를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이라 합니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소비자들이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될 경우 의사결정을 피하거나, 후회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탐색 비용(search cost)’의 개념과 연결됩니다. 검색과 비교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는 무형의 비용이며, 지나친 탐색은 실질적인 효용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즉, 온라인 쇼핑이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소비자가 기울이는 노력은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합리적 소비를 위한 조건은 ‘정보 통제력’

그렇다면 온라인 쇼핑은 비효율적 소비 방식일 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비교 선택의 기준을 명확히 세운다면 온라인 쇼핑은 오히려 효용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를 언급하며, 정보를 어떻게 제시하고 소비자가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소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할인율’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대신, ‘실사용 경험’, ‘반품 가능성’, ‘배송 시간’ 등의 기준을 미리 설정하고 비교하는 것은 탐색 비용을 줄이고 후회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쇼핑에서 흔히 유도되는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처음 본 가격이나 제품이 기준이 되어 이후 판단을 왜곡하는 현상—를 인지하고 경계하는 것도 효율적 소비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