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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경제이야기10 : 타인의 SNS는 왜 부러움을 유발하는가?
절대적 효용이 아닌 ‘상대적 효용’을 따르는 소비자 심리
고전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자신의 효용(만족감)을 극대화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우리의 만족은 단순히 내가 가진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타인이 가진 것과의 비교 속에서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상대적 효용(relative utility)’입니다.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1974년 발표한 논문에서, 국민소득이 증가해도 주관적인 행복도는 일정 수준 이상에서 정체되는 현상을 발견했고, 이는 '이스털린 패러독스(Easterlin Paradox)’로 명명되었습니다. 사람들의 행복은 소득 자체보다는 타인의 소득과 비교한 상대적 위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SNS 속 타인의 성공과 사치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현상은 이 이론의 대표적인 현대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SNS는 '편집된 삶'을 통해 비교 소비를 자극한다
SNS는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창구이지만, 실제로는 삶의 하이라이트만을 보여주는 편집된 무대입니다. 화려한 여행지, 고급 레스토랑, 명품 가방, 성공적인 커리어… 모두 일상의 일부일 뿐인데, SNS 상에서는 그것들이 전부인 것처럼 과장되어 보이는 시각적 착시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타인의 ‘정상처럼 보이는’ 기준과 비교하게 되며, 심리적 소비 압력이 커집니다. 행동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는 그의 저서 『Luxury Fever』에서, 사람들이 타인의 소비를 보고 자신도 그것을 가져야만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그는 이를 ‘비교 유틸리티(comparative utility)’라 칭하며, 개인의 만족이 타인의 소비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변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교가 불러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그 경제적 영향
SNS로 인해 확장된 사회적 비교 활동은 때로 개인의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연구팀은 2018년 Journal of Social and Clinical Psych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SNS 사용을 줄인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우울감, 외로움, 낮은 자존감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경제학적으로도 이는 효용 감소로 이어집니다. 비교 대상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는 자신이 충분히 가진 것조차 부족하게 느끼고, 이는 추가 소비 또는 과소비로 연결됩니다. 이런 구조는 부채 증가, 저축 감소, 단기 쾌락 중심의 소비 증가 같은 문제로 이어지며, 장기적 경제건전성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타인의 SNS는 개인의 효용 체계를 왜곡시켜 경제적 비합리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해법은 ‘절대적 효용’으로의 회귀
그렇다면 우리는 이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행동경제학은 소비자들이 모든 선택에서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선택 구조를 바꾸는 ‘넛지(nudge)’를 통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소비나 라이프스타일의 기준을 외부가 아닌 내부 만족(절대적 효용)으로 돌리는 훈련은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리처드 세일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Nudge』에 따르면, 사람들은 제시된 프레임에 따라 행동을 바꿀 수 있으며, 적절한 방향 설정만으로도 더 나은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SNS에서도 타인과의 비교보다, 나 자신의 가치와 진짜 원하는 삶에 초점을 맞추는 소비 습관을 길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경제학이 말하는 효용 극대화란 남보다 나은 삶이 아니라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삶을 선택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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