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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경제이야기12 : 연애는 합리적일 수 있을까? 매칭 이론으로 보는 연애



사랑과 경제학의 만남

연애는 감정의 영역이라고 여겨지지만, 경제학자들은 이 역시 일정한 규칙과 선택이 작용하는 "시장"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특히 연애와 결혼 같은 파트너 선택은 매칭 이론(Matching Theory)을 통해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노동 시장, 학교 배정, 장기 이식 같은 분야에서도 활용되는 이론으로, 개인의 선호와 상호 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를 설명합니다. 연애에서도 상대방의 외모, 성격, 경제력 등 여러 요소가 의사결정에 반영되며, 이는 전형적인 ‘선택의 경제학’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 개리 베커는 결혼을 일종의 경제적 계약으로 보고,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효용을 극대화하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모든 연애가 계산적이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라도 자신의 조건과 상대의 조건을 비교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시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이상형에 맞는 사람을 고를 수 있을까요?

 

 

안정적 매칭과 게일-셰플리 알고리즘

이상형 선택을 둘러싼 대표적인 이론은 1962년 데이비드 게일과 로이드 셰플리가 제안한 ‘안정적 매칭 이론(Stability of Matching Theory)’입니다. 이들은 수학적으로 이상적인 매칭 구조를 설계하기 위해 게일-셰플리 알고리즘을 제시했습니다. 이 알고리즘은 "누구도 다른 상대와 엮였을 때 더 만족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후 결혼 시장, 대학 배정, 심지어는 데이팅 앱의 추천 시스템에도 응용되고 있습니다.

이 알고리즘의 핵심은 선호도를 기반으로 한 순차적 제안과 수락 방식입니다. 한쪽 성별의 집단이 먼저 선택을 제안하면, 상대방은 그중 선호도가 가장 높은 사람을 임시 수락하고 이후 더 나은 선택지가 나타날 때만 교체합니다. 이를 반복하면 모두가 '불만족하지 않는' 안정적 짝을 찾게 됩니다. 이는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데이팅 앱이나 맞선 시스템에서 유사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즉, 연애도 어느 정도 알고리즘과 구조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완전히 비합리적인 행위는 아니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일상 속 경제이야기12 : 연애는 합리적일 수 있을까? 매칭 이론으로 보는 연애
사진: Unsplash 의 Scott Broome

 

 

 

매칭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실의 변수들

하지만 이상적인 매칭 이론에도 한계는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감정은 단순한 선호도 순위로 정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첫인상의 호감이나 우연한 타이밍, 감정적 상호작용은 이론적으로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현실에서는 사회적 압력, 시간 제약, 지역적 환경, 연애 경험의 차이 등 다양한 요소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더불어, 선호라는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 앨빈 로스는 실제 의료 매칭 시스템에서조차 사람들의 선호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과 실제 행동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애의 경우, 처음에는 외모나 경제력을 중시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성격이나 가치관이 더 중요해지는 현상은 매칭 이론의 정적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즉, 연애는 부분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전적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감정과 맥락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상형의 선택, 결국은 확률 게임?

그렇다면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경제학자들은 이를 정보 불완전성과 탐색 비용(Search Cost)의 문제로 해석합니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미리 알 수 없고, 상대를 알아가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서 타협하게 됩니다. 이때 "만족 가능한 수준에서 선택을 멈추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이는 경제학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또한, ‘시장 구조’도 중요합니다. 특정 연령대나 지역, 직업군 내에서는 선택지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는 곧 이상형에 접근할 수 있는 확률을 좌우하는 구조적 변수가 됩니다. 따라서 이상형과의 만남은 단순한 의지나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일정 부분은 통계적 확률과 매칭 구조 속에서의 운에 의해 결정되기도 합니다. 결국 연애는 감정적이면서도 동시에 경제학적으로 해석 가능한 구조적 선택의 연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