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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경제이야기13 : 결혼은 경제적 계약인가?

 

 

일상 속 경제이야기13 : 결혼은 경제적 계약인가?
사진: Unsplash 의 Aliburhan S

 

결혼을 계약으로 보는 시선

결혼은 흔히 사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경제학의 시각에서 보면, 결혼은 일정한 경제적 계약의 성격을 갖습니다. 특히 가정경제학(Home Economics)에서는 결혼을 두 개인이 자원의 공동 분배와 생산을 위해 맺는 계약으로 간주합니다.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 개리 베커는 결혼을 통해 개인들이 효용을 극대화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을 통해 노동 분업, 자녀 양육, 소비의 공동화 등에서 더 높은 효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은 단순히 이론적 개념에 머물지 않습니다. 실제로 결혼 시장에서는 개인의 학력, 소득, 건강 상태, 심지어 가족 배경까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됩니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상대방의 자산과 생산성에 기반한 협상 구조가 결혼에 작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결혼의 효용과 노동 분업

가정경제학에서는 결혼의 가장 큰 장점을 효율적인 노동 분업에서 찾습니다. 전통적으로 한 명이 외부 소득 활동을 하고, 다른 한 명은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형태가 대표적입니다. 이는 개인이 단독으로 모든 역할을 수행할 때보다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경제학적 논리에 기반합니다. 베커는 이를 "가정 내 생산 모델"이라 설명하며, 배우자 간의 기능적 특화가 전체 가계의 효용을 높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맞벌이가 보편화되며 전통적인 분업 구조는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가정 내에서 자원의 배분과 역할 조정은 경제학적 원리를 따릅니다. 예를 들어, 누가 육아휴직을 더 오래 가져갈지, 어떤 기준으로 재산을 공동 사용하거나 분리할지 등은 기회비용과 비교우위 개념을 적용하여 결정됩니다. 이는 결혼을 단순한 감정적 연대가 아닌, 전략적 의사결정의 장으로 보는 관점을 강화시킵니다.

 

결혼 시장과 정보 비대칭

결혼을 계약으로 볼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입니다. 이는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때 발생하며, 결혼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작동합니다. 예컨대, 상대의 재정 상태, 성격, 건강 문제 등은 연애 단계에서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불완전한 정보는 결혼 후 갈등이나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약 실패의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결혼 전 계약서나 혼전 합의, 심지어 결혼 정보회사 서비스도 모두 정보 비대칭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는 중고차 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레몬 마켓’이라고 지칭했는데, 결혼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불완전한 정보가 전체 시장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경제학적으로 신중한 분석이 요구됩니다.

 

 

이혼과 계약 해지: 경제학적 관점

결혼이 계약이라면, 이혼은 자연스럽게 그 계약의 해지로 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이혼은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미국 가정법 연구소에 따르면, 이혼의 주된 사유 중 하나는 경제적 불일치이며, 이는 부부 간의 효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혼은 감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회비용과 미래 효용 기대치에 따른 판단이기도 합니다.

가령, 맞벌이 부부가 자녀 교육 문제나 경력 단절로 인해 갈등을 겪는 경우, 어느 한쪽이 느끼는 기회비용이 일정 임계치를 넘어서면 이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혼 후에도 재산 분할, 양육비, 위자료 등의 협상 역시 재계약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결혼과 이혼 모두 경제적 선택의 연속선상에 놓인 행위이며, 이는 감정적 문제를 넘어서 보다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