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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경제이야기14 : 왜 사람들은 이직을 망설일까? — 정보 비대칭과 기회비용



이직의 결정은 단순한 선택이 아닙니다

이직은 경력과 삶의 질을 바꾸는 중요한 결정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현재 직장에 만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쉽게 결정하지 못합니다. 이는 감정적인 이유뿐 아니라 경제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한 현상입니다. 경제학에서는 개인이 선택을 할 때 얻는 편익과 포기해야 하는 비용을 모두 고려한다고 봅니다. 이직은 새로운 기회를 얻는 대신, 현재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한 미래를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과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됩니다.

즉, 이직을 망설인다는 것은 단순히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 제안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높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일상 속 경제이야기14 : 왜 사람들은 이직을 망설일까? — 정보 비대칭과 기회비용
사진: Unsplash 의 Alex Kotliarskyi

정보 비대칭: 이직 시장의 근본적 문제

이직을 고민할 때 가장 큰 불확실성은 새 직장이 나에게 정말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정보 비대칭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정보 비대칭이란 거래 당사자 간에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이나 질이 다를 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현재 직장은 이미 경험을 통해 업무 강도, 상사와 동료의 성향, 승진 구조 등을 알고 있지만, 이직하려는 회사에 대해서는 채용 공고나 면접 등을 통해 제한된 정보만 알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의 "레몬 시장" 논리 처럼 이직 시장 역시 이와 비슷합니다. 새로운 직장이 실제로는 조직 문화가 나쁘거나 성장 가능성이 낮은 ‘레몬’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구직자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잠재적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기회비용의 계산: 안정 vs 가능성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이직의 경우, 현재 직장에서 얻는 정기적인 급여, 익숙한 업무 환경, 복지 제도 등은 쉽게 수치화되는 기회비용입니다. 반면, 새로운 직장에서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위험 회피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이직을 더 꺼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설명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사람들이 같은 양의 이득보다 손실에 더 큰 고통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즉, 이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득보다, 현재의 안정된 직장을 잃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명확한 불만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머무르기를 선택합니다.

 

 

이직 결정의 경제학적 접근

이직을 더 합리적으로 결정하려면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기회비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직장 리뷰 플랫폼(예 : 잡플래닛)이나 링크드인 같은 경력 기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이직 시장의 정보 비대칭은 점차 완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정보는 공식적인 경로로 드러나지 않으며, 내밀한 조직 문화나 상사의 리더십 등은 경험해보기 전까지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가능한 많은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확률적 분석을 해야 합니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대 효용 이론(expected utility theory)과도 연결됩니다.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각 선택의 결과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그 기대값이 높은 쪽을 선택합니다. 단기적 보상보다는 장기적 경력 성장과 삶의 만족도를 고려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며, 때로는 확실한 기회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미래의 불확실한 효용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