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경제이야기16 : 재택근무의 경제학 — 비용 절감은 진짜일까?

일상 속 경제이야기16 : 재택근무의 경제학 — 비용 절감은 진짜일까?

 

 

사진: Unsplash 의 Nubelson Fernandes

 

 

기업이 기대하는 비용 절감 효과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는 단기적 대응에서 벗어나 하나의 근무 형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은 사무실 임대료, 유틸리티 비용, 간접비 등 고정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재택근무를 도입하였습니다. 실제로 스탠퍼드대학교의 니콜라스 블룸 교수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은 직원 1인당 연간 약 2,000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공간 활용, 장비 유지비, 통근비 보조 등의 항목에서 주로 절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절감이 실제 ‘순이익’으로 이어지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IT 인프라 구축, 사이버보안 강화, 분산된 근로자 관리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협업 시스템이나 근태 관리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직원들의 홈오피스 환경 지원 비용 등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사무실 운영비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재택근무의 경제적 효율을 과대평가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은 과연 유지되는가?

비용 절감과 함께 중요한 고려 요소는 ‘생산성’입니다. 재택근무가 직원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통근 시간과 스트레스를 줄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매력적입니다. 실제로 미국 경제연구소(NBER)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자율적인 재택근무 환경을 갖춘 기업은 평균 13%의 생산성 향상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집중 업무 환경, 유연한 시간 사용 등이 기여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과 직무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특히 협업과 창의성이 핵심인 팀에서는 비대면 환경이 커뮤니케이션 저하로 이어지며, 정보 전달의 누락과 오해가 잦아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져 근로자의 심리적 피로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재택근무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 직무, 조직 문화에 따라 달라지며, 일률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직원 관점에서의 비용과 혜택

직원 입장에서 재택근무는 통근 시간의 제거, 자율적인 시간 활용, 가족과의 시간 증가 등 여러 이점을 제공합니다. 특히 수도권처럼 출퇴근 시간이 길고 대중교통 비용이 큰 지역에서는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뚜렷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재택근무 시행 시 직원들은 월 평균 약 10~20만 원의 통근비용 및 시간 절약 효과를 경험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인터넷, 전기세, 냉난방비 등 ‘숨은 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된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더불어 집에서 일하는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경우, 집중력 저하나 육아와의 병행 등으로 인해 오히려 업무의 질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1인가구나 공간이 협소한 주거 환경을 가진 근로자에게는 재택근무가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직원에게도 재택근무는 일률적인 혜택이 아닌, 개인 상황에 따라 체감이 다른 제도입니다.

 

 

재택근무의 경제학적 재조명

결론적으로 재택근무는 명확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제도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과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재택근무는 단순한 비용 최소화 전략이 아니라, 생산성, 동기, 정보 흐름, 협업의 질 등 여러 요소의 균형 속에서 효율을 판단해야 하는 복합적 현상입니다. 특히 ‘정보의 비대칭성’이나 ‘성과 측정의 어려움’이라는 경제학적 문제는 원격근무 체제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이는 인사평가 시스템과도 직결됩니다.

최근 경제학자들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 2~3일 재택, 나머지는 출근하는 방식은 고정비는 줄이면서도 조직 내 소통과 팀워크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재택근무는 단순한 제도가 아닌, 조직 구조와 업무 방식, 사람의 행동 심리까지 포함한 경제적 설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