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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경제이야기15 : 성과급이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 내재적 동기 vs 경제적 보상



경제적 보상이 항상 긍정적일까요?

많은 기업들이 직원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보너스, 인센티브,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더 많은 보상을 약속하면 더 높은 동기 부여가 이루어질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경제학과 심리학 연구들은 경제적 보상이 때때로 동기 저하를 일으킨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인간의 동기를 단순히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 복잡한 심리적 구조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70년대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의 실험이 있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퍼즐 문제를 풀게 하고 일부 그룹에게는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아무런 보상을 주지 않았습니다. 실험 결과, 금전 보상을 받은 그룹은 보상이 중단된 후 흥미를 잃었고, 보상을 받지 않은 그룹은 끝까지 높은 관심을 유지했습니다. 이 실험은 외부 보상이 개인의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약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후 경제학계에서도 주요 논의 주제로 자리잡았습니다.

 

 

일상 속 경제이야기15 : 성과급이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 내재적 동기 vs 경제적 보상
사진: Unsplash 의 Alexander Mils

내재적 동기란 무엇인가요?

내재적 동기란 외부의 보상 없이도 어떤 활동을 즐기거나 의미 있다고 느껴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동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직원이 문제 해결 자체에서 성취감을 느끼거나, 팀워크를 통해 협업하는 과정에 보람을 느낀다면 그것은 내재적 동기에서 비롯된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때 외부에서 성과급을 조건으로 제시하면 이 내재적 동기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는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로 설명됩니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외부 보상으로 설명하게 되면, 본래 그 활동 자체에서 느끼던 즐거움이나 의미가 퇴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리처드 티틀과 스티븐 로젠의 경제학 연구에서도, 단기적 보상 중심의 제도가 오히려 장기적 몰입과 창의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결국 내재적 동기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됩니다.

 

창의성과 협업, 성과급의 그늘

성과급 제도는 단기적이고 명확하게 측정 가능한 업무에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판매량, 고객 수, 목표 달성률과 같이 수치화가 쉬운 업무는 성과급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창의성과 협업이 핵심이 되는 지식 노동이나 팀 기반 조직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외부 보상이 주어질 때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행동에 집중하며, 이는 ‘도움 제공’, ‘아이디어 공유’, ‘리스크 감수’와 같은 행동을 회피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문제는 경제학자 브루노 프레이가 제기한 ‘동기 군집 이론(motivation crowding theory)’에서 구체화됩니다. 그는 외적 유인이 내재적 동기를 대체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으며, 특히 강제적이고 조건적인 보상은 동기 자체를 외부 통제로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조직의 전반적 사기를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성과급이 모든 조직에 보편적으로 좋은 제도는 아니며, 상황과 문화에 따라 정교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어떤 보상이 효과적인가요?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직원의 동기를 유도해야 할까요? 현대 인사조직 이론은 금전적 보상보다 ‘의미의 전달’과 ‘자율성 부여’를 더 강조합니다. 즉, 직원에게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의 업무가 조직에 어떤 가치를 기여하는지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몰입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20% 프로젝트’처럼 직원이 일정 시간 동안 자율적인 아이디어에 몰두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여 내재적 동기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상을 하더라도 ‘조건 없는 칭찬’이나 ‘동료의 인정’, ‘직무 성장 기회’와 같이 정서적 유인을 포함한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인간의 동기를 단순히 비용-편익 구조로 계산하지 않고, 자아 실현과 의미 추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현대 경제학의 흐름과도 일치합니다. 결국 좋은 성과는 단순한 경제적 자극보다, 깊이 있는 동기와 지속 가능한 업무 몰입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