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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경제이야기19 : ‘무상급식’은 진짜 공짜일까? — 세금과 공공재 이야기

 

 

무상급식, 진짜로 ‘공짜’일까?

무상급식이란 표현은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공짜’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재정학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사회 전체가 세금을 통해 부담하는 비용입니다. 서울시 교육청의 2023년 무상급식 예산은 약 8,000억 원에 달하며, 전국적으로는 연간 3조 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됩니다. 이는 단순한 복지지출이 아니라 납세자의 세금이 직접 투입되는 공공정책의 일환입니다. 즉, 누군가가 직접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의 원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공공재로서의 무상급식

경제학에서 공공재는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지닌 재화를 의미하지만, 현실 정책에서는 ‘사회적 편익’을 기준으로 준공공재로 확대 해석됩니다. 로젠과 고이어크의 『Public Finance』에서는 학교급식 같은 보편적 서비스가 ‘혼합재(mixed good)’로 분류되며, 정부 개입을 통한 공공 공급이 정당화됩니다. 즉, 시장에서는 형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조세를 통해 공급 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무상급식은 이런 공공재 논의의 실제 적용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로서의 정치경제적 의미

무상급식은 단순한 식사 제공이 아닌, 보편적 복지 정책의 일환입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조세와 재정의 정치경제학』에서 “보편적 복지는 낙인을 줄이고, 중산층의 지지를 통해 제도의 정치적 지속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보편 복지를 통해 높은 복지 수준과 사회 신뢰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무상급식을 단순한 시혜가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연대의 복지’로 해석하게 합니다.

 

 

일상 속 경제이야기19 : ‘무상급식’은 진짜 공짜일까? — 세금과 공공재 이야기
사진: Unsplash 의 CDC

 

 

교육·건강·생산성의 관점에서 본 정책 효과

무상급식은 아동의 교육 참여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 학생들의 결식률은 무상급식 도입 이후 30% 이상 감소했으며, 학업 지속률도 증가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아동기의 영양 상태와 교육이 인적자본 형성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무상급식은 단기 복지가 아닌, 장기 경제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전략적 정책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경제학적 균형

물론 무상급식에 대한 반론도 존재합니다. 고소득층에게까지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자원의 효율적 분배인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소득 수준에 따라 급식을 차등 제공하는 것이 재정 효율성과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주장합니다. 조지타운대 데보라 스톤은 “보편복지는 정치적 정당성을 주지만, 선택복지는 자원의 최적 분배를 유도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서울시의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례처럼, 많은 시민은 보편주의적 접근이 낙인을 줄이고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이 논쟁은 복지국가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문제이며, ‘공짜’라는 표현 뒤에 숨겨진 사회적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