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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경제이야기26 : 콘서트 티켓팅 전쟁, 왜 '운빨'이 지배하는가? 

 

 

티켓팅은 왜 항상 실패로 끝나는가

탑 아이돌이나 글로벌 스타의 콘서트 예매가 시작되면 수십만 명이 동시에 몰리며, 서버가 다운되거나 몇 초 만에 전석 매진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티켓팅 시스템은 소비자에게 무력감을 안기며, 마치 당첨 복권을 뽑는 듯한 ‘운의 게임’처럼 느껴집니다. 이는 단순한 수요 과잉이 아니라, 제한된 공급과 높은 수요가 충돌하는 구조 속에서 형성된 전략적 경쟁 때문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2022)의 자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서울 콘서트의 경우 티켓 수요가 실제 공급의 100배 이상에 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티켓팅 경쟁이 극심한 이유는 이처럼 한정된 좌석을 놓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수많은 소비자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제한된 공급은 전략적 행동을 유도합니다

경제학의 게임이론에서는 제한된 자원을 두고 다수의 참여자가 경쟁할 때, 각자의 전략이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존 내시의 균형 이론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상대방의 선택을 예측해 자신의 전략을 결정하며, 모두가 최선의 전략을 썼을 때에도 최적의 결과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콘서트 티켓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매 오픈 시간 전부터 수많은 사람이 접속을 시도하고, 고속 인터넷, 복수 기기 사용, 심지어는 매크로 프로그램까지 동원되며 경쟁이 과열됩니다. 이 상황은 경제학에서 ‘제로섬 경쟁’에 해당하며, 모두가 같은 전략을 사용할수록 개인이 얻을 수 있는 기대효용은 감소하게 됩니다.

 

 

추첨제는 효율적인 대안인가

일부 공연기획사나 플랫폼은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추첨제 방식, 즉 팬클럽 회원 대상 사전 추첨 또는 랜덤 당첨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게임이론에서의 무작위화 전략(mixed strategy)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모든 소비자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확률 기반의 균형을 제공하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결과를 통제할 수 없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추첨제 역시 공정성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런던정경대의 경제학자 레오나르드 왓슨은 “무작위 배분은 과열을 줄일 수는 있지만, 진정한 선호 기반 배분을 실현하기엔 한계가 있으며, 이로 인해 투기적 수요가 계속 잔존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리셀 시장과 가격 신호 왜곡

티켓팅이 운에 좌우될수록 리셀 시장은 더욱 활성화됩니다. 실제로 원가 15만 원 티켓이 리셀 시장에서 60만 원 이상에 거래되는 사례는 빈번하며, 이는 공급의 왜곡된 신호를 만들어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가격 비탄력적 공급 시장에서 나타나는 투기적 균형으로 해석합니다. 예일대의 경제학자 앨빈 로스는 “희소성과 팬심이 결합한 시장은 표면적으로는 수요자 중심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가격 왜곡을 통해 고수익을 노리는 리셀러들이 지배하는 구조로 이동하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티켓이 진정한 팬에게 돌아가지 않고, 중간 매개자에게 수익만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일상 속 경제이야기25 : 콘서트 티켓팅 전쟁, 왜 '운빨'이 지배하는가?
사진: Unsplash 의 Yvette de Wit

 

 

진정한 해결책은 공급의 유연성

결국 티켓팅 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공정한 경쟁’보다 ‘공급 확대’입니다. 좌석 수 자체가 제한된 공연장의 구조적 제약을 넘어서지 않는 한, 어떤 방식도 완전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공연을 아예 며칠간 반복 개최하거나, 실시간 스트리밍 유료 관람을 병행해 수요를 분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과 인프라를 통해 물리적 희소성을 해소하려는 접근입니다. 한국에서도 메타버스 콘서트, 생중계 관람권 등 비물리적 대안이 일부 시도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공급 유연성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게임이론은 경쟁의 규칙을 분석하는 도구일 뿐, 공급의 절대량을 바꾸지 않는 이상 ‘운빨 티켓팅’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