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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경제이야기24 : 넷플릭스 ‘1인 시청’ 요금제 폐지의 경제학 — 공유경제의 역설

 

 

계정 공유, 확산에서 통제로

넷플릭스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계정 공유에 대한 단속을 시행하며, ‘1인 시청’ 요금제를 폐지하고, 타 가구 사용자에 대해서는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요금제 개편이 아닌, 수익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조정이었습니다. 넷플릭스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약 1억 가구가 유료 구독 계정이 아닌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었으며, 이는 전체 이용자의 약 43%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유료 이용자가 아닌 시청자의 증가가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며, 결국 콘텐츠 투자 여력까지 제약을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계정 공유 단속은 단기적인 불만을 감수하고라도 장기적인 수익 안정화를 위한 조치라 볼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와 비배타성의 한계

디지털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비배타성과 비경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명이 구매한 후 여러 명이 동시에 소비해도 물리적 비용이 추가되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는 공유경제의 이상적인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수익 창출을 어렵게 만들고, 공급자에게 지속적 투자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낳습니다. MIT의 경제학자 벤저민 에델만은 “디지털 상품에서의 과도한 공유는 시장의 가격 신호를 왜곡시켜, 장기적으로 공급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즉, 디지털 환경의 공유경제는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셈입니다.

 

 

일상 속 경제이야기24 : 넷플릭스 ‘1인 시청’ 요금제 폐지의 경제학 — 공유경제의 역설
사진: Unsplash 의 Alin Surdu

 

가격 차별 전략과 수익 극대화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단속과 함께 다양한 가격 차별 전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저가 요금제에는 광고를 삽입하고, 고가 요금제에는 4K 화질과 동시 접속 기기 수 확대 등 차별적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사용자의 지불 능력과 소비 형태에 따라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경제학에서 흔히 말하는 2급 가격차별(second-degree price discrimination)의 사례에 해당합니다. UC버클리의 경제학자 할 바리안은 “디지털 상품은 고정비가 높고 한계비용이 낮기 때문에, 다양한 가격 옵션을 통해 시장을 세분화하는 것이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넷플릭스의 변화는 바로 이러한 경제 원칙을 충실히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반응과 시장의 재편

소비자 입장에서 계정 공유 제한은 이용비용 상승으로 인식되어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비용 민감도가 높은 청년층에서는 이탈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2023)의 보고서에 따르면, 계정 공유 단속 이후 국내 20대 이용자의 18.3%가 넷플릭스를 해지하거나 유튜브 프리미엄,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넷플릭스는 단속 이후 오히려 유료 계정이 증가하는 반전도 기록했습니다. 2023년 3분기 넷플릭스 글로벌 유료 가입자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불만과 시장 이탈에도 불구하고, 제도 정비가 수익성 회복과 구조 안정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음을 시사합니다. 넷플릭스의 사례는 디지털 플랫폼이 ‘공유’의 논리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시장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