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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경제이야기25 : 영화관 팝콘이 왜 그렇게 비싼가? (교차보조 전략에 대해서)
팝콘이 영화보다 비싼 이유
많은 소비자들이 영화관에서 느끼는 의문 중 하나는 팝콘의 가격입니다. 영화 한 편의 티켓 가격보다 팝콘 한 통이 더 비싸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관 내 스낵 가격은 일반적인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높습니다. 이는 단순한 폭리나 담합이 아니라, 수익 극대화를 위한 교차보조 전략의 일환입니다. 실제로 미국 UCLA의 경제학자 리차드 기서브는 2004년 발표한 논문에서 “영화관의 주요 수익은 티켓 판매가 아니라 부가 판매(팝콘, 음료 등)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존재하며,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주요 멀티플렉스 3사의 전체 매출 중 약 40%가 식음료 판매 등 부대 수익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차보조 전략의 구조
교차보조란 한 상품에서의 초과 수익으로 다른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말합니다. 영화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영화 티켓 가격으로 관객을 유인하고, 실제 이익은 팝콘과 같은 고마진 상품에서 창출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 간의 가격 차별을 가능하게 하며, 전체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만 보고 팝콘을 사지 않는 관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고, 반면 팝콘을 구매하는 관객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만 여가 경험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경향이 있어 가격 탄력성이 낮습니다. 시카고대의 경제학자 스티븐 체비는 “고정된 좌석 수와 상영 시간이라는 제약 속에서 영화관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교차보조를 통한 가격 차별화”라고 분석합니다. 이는 항공권의 클래스 차별이나 게임 내 유료 아이템 구조와도 유사한 방식입니다.
소비자의 인식과 한계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소비자에게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관 내 외부 음식 반입 금지는 이러한 교차보조 전략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가격 통제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이 없다면 영화 티켓 가격 자체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2018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외부 음식 반입이 자유로운 영화관 체인이 등장하면서 티켓 가격이 인근 경쟁 극장보다 평균 30% 높게 형성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결국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줄 수는 있지만, 가격의 총부담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영화관은 제한된 공급(좌석 수)과 높은 고정비용(임대료, 장비 유지비 등) 속에서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가격 구조를 단순히 "비싸다"는 기준만으로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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